샤올린 특공대 꿈꾸는 고슴도치

91. 샤올린 특공대

“7년 전에 녹음한 샤올린 특공대가 들어왔어.” 어느 날 PD언니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이윽고 녹음 날짜를 조율하는 몇 번의 문자가 오고 갔습니다. 그렇게 전 오미를 다시 만났습니다. 오미는 샤올린 특공대에서 제가 맡고 있는 주인공 캐릭터의 이름입니다. 작은 몸에 비해 목소리가 크고 특히 무술이 매우 뛰어난 오렌지 머리 소년이지요. 왜 오렌지 머리냐구요?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동그란 오렌지에 점 몇 개와 선을 그리면 그게 바로 오미 얼굴이거든요. 그래서 극 중에서도 친구들이 가끔 오렌지 머리라고 놀려대지요. 7년 전에 오디션을 통해서 오미를 만났고 40편 가까이 시리즈를 진행하다가 남은 십여 편을 마저 녹음하지 못하고 안타깝게 이별해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솔직히 그때는 곧 다시 녹음하게 될 줄 알았어요. 이야기가 계속 진행되던 상황에서 일단 쫑을 하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그로부터 벌써 7년의 세월이 흐르고 만 것 있죠? PD언니에게서 처음 연락을 받고 나서는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저 너무 오래전에 연기했던 캐릭터라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더군요. ‘그 때 내가 어떻게 목소리를 냈더라...?’ 한 가지는 분명히 생각났습니다. ‘목을 갈았다.’ 전 튼튼한 성대를 타고 나서 목을 혹사 시켜도 금방 금방 잘 회복되는 편입니다. 그런데 오미 같은 경우에는 미국성우의 목소리가 굉장히 허스키해서 거기에 맞추다 보니 시종일관 목을 ‘갈면서’ 소리를 내야 했습니다. 언젠가 제가 블로그에 쓴 적이 있습니다. 소리를 물. 성대를 호스에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대사가 많고 목소리 큰 열혈 소년을 연기한다는 것은 많은 양의 물을 튼튼한 호스를 통해 장시간 콸콸콸 쏟아내는 느낌과 유사하다고요. 그런데 목을 ‘갈면서’ 소리를 낸다는 것은 위의 조건에 몇 가지 스킬이 더 필요합니다. 물이 지나가는 호스의 안쪽을 인위적으로 좁히고 거기에 살짝 살짝 마모를 줘서 굴곡을 만듭니다. 결국 물은 시원하게 흐르지 못하고 꿀렁거리게 되죠. 하지만 밀려오는 수압을 이기지 못해서 물소리는 ‘솨솨솨솨...’ 쇳소리를 내게 됩니다. 목을 ‘갈아서’ 소리를 낸다는 표현은 그와 비슷합니다. 힘줘서 성대를 좁히고 호흡으로 굴곡을 만들어 많은 양의 대사를 소화하고 뻥!뻥! 기술명 까지 외치다 보면 몸은 녹초가 되 버립니다. 그렇게 힘들게 오미를 녹음 하고 나면 목이 따끔 거리고 아프곤 해서 삼겹살을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전 목이 아플때면 삼겹살을 먹습니다. 고소한 삼겹살 기름이 상처 난 목을 씻어줘서 다시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녹음 당일. 조금 서먹하지만 그래도 반가운 오미와의 재회가 드디어 이루어지는 날. 보다 성숙한 후배들의 연기, 노련하신 이인성 선생님의 연기가 어우러져서 <샤올린 특공대>는 다시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7년 전 녹음 때는 몇 명씩 따로 녹음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도조 역할의 이인성 선배님과 체이스 영 역할의 신용우씨 같은 경우에는 녹음이 끝날 때 까지 한 번도 얼굴을 마주 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다함께 녹음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기뻤습니다. 특히 항상 감칠 맛 나는 연기로 많은 후배 성우들의 귀감이 되 주시는 이인성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고 나면 무언가 귀한 배움을 얻어 간다는 푸근한 마음이 들곤 하죠. 그리고 그 마음은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쭉 이어져 갔습니다. 그리고 쫑파티 날. 따뜻하고 달달한 제 마음을 완전 감동시킨 PD언니의 한마디. “7년 동안 모두 잘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7년이란 오랜 시간이 지났건만 우리 작품은 주요배역에서 작은 배역까지 모두 오리지널 멤버로 갔습니다. 이것은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 이 멤버로 다시 꼭 만납시다!”


 

                         2006년 샤올린 쫑파티날. 좌측부터 레이문도-정재헌 방사부-방성준 오미-이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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